이 글은 2021년 6월 기준 기록입니다.
라우터(router)는 패킷의 목적지 주소를 확인하고, 목적지와 연결되는 인터페이스로 전송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라우터의 기능을 라우팅(routing)이라고 부릅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만, 그 안에는 "경로를 어떻게 알아내는가"와 "알아낸 경로로 어떻게 보내는가"라는 두 가지 일이 들어 있습니다.
경로를 아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라우터가 경로를 아는 방법은 동적 경로와 정적 경로 둘뿐입니다.
동적 경로(dynamic route)는 라우팅 프로토콜(routing protocol)을 사용해 동적으로 알아낸 경로입니다. RIP, EIGRP, OSPF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정적 경로(static route)는 네트워크 관리자가 직접 지정한 경로입니다.
규모에 따라 선택이 갈립니다. 소규모 네트워크에서는 정적 라우팅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중규모 이상의 네트워크에서는 동적 라우팅 방식을 쓰면서 보조 수단으로 정적 라우팅을 함께 씁니다.
라우팅 프로토콜의 목적은 하나입니다. 각 라우터가 자신이 알고 있는 목적지 네트워크 관련 정보를 다른 라우터에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라우터는 다른 라우터들로부터 라우팅 정보를 수신한 다음 최적의 경로를 라우팅 테이블에 저장합니다. 라우팅 테이블에는 목적지 네트워크, 그리고 그 목적지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인터페이스가 기록됩니다.
패킷 전송은 다섯 단계로 이뤄진다
경로를 알고 있다면 그다음은 실제 전송입니다. 라우터는 다음 순서로 패킷을 처리합니다.
- 수신한 패킷의 레이어 2 정보를 확인합니다. 주로 사용되는 레이어 2 프로토콜은 이더넷, PPP, 프레임 릴레이입니다. 이 단계에서 에러 발생 여부를 확인해 이상이 있는 프레임이면 폐기하고, 프레임의 목적지 주소가 자신의 주소가 아니어도 폐기합니다.
- 수신한 패킷의 목적지 IP 주소를 확인합니다.
- 라우팅 테이블을 참조해 목적지 IP 주소와 연결되는 인터페이스를 검색합니다. 라우팅 테이블에 패킷의 목적지 정보가 없으면 폐기합니다.
- 넥스트 홉(next hop) 장비의 레이어 2 주소를 알아내고, 이를 이용해 프레임을 생성합니다. 넥스트 홉 장비의 MAC 주소를 목적지로 설정합니다.
- 목적지와 연결되는 인터페이스로 프레임을 전송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라우터를 거칠 때마다 레이어 2 헤더는 계속 변경되지만 IP 주소는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5단계에서 매번 새 프레임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한편 라우터가 패킷 스위칭을 할 때 참조하는 데이터베이스에 따라 프로세스 스위칭, CEF 등으로 구분되기도 합니다.
라우팅 프로토콜은 세 가지 축으로 갈린다
라우팅 프로토콜은 거리 벡터인가 링크 상태인가, 클래스풀인가 클래스리스인가, IGP인가 EGP인가라는 세 축으로 나뉩니다.
거리 벡터는 메트릭만 알려주고, 링크 상태는 지도를 알려준다
디스턴스 벡터(거리 벡터) 라우팅 프로토콜은 라우팅 정보를 전송할 때 목적지 네트워크와 그 목적지 네트워크까지의 메트릭 값을 알려줍니다. RIP, EIGRP, BGP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 방식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전체 네트워크의 토폴로지는 알지 못합니다. 이웃이 알려준 거리만 알 뿐 지도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거리 벡터 프로토콜에는 두 가지 특징적인 규칙이 따라붙습니다. 스플릿 호라이즌(Split Horizon)은 광고를 수신한 인터페이스로 동일한 광고를 전송하지 않는 규칙입니다. 자동 축약은 주 네트워크 경계에서는 주 네트워크만 광고하는 동작으로, 여기서 주 네트워크란 서브넷팅되지 않은 네트워크를 말합니다.
링크 상태 라우팅 프로토콜은 반대입니다. 다른 라우터들이 전체 네트워크 구성도를 그릴 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알려줍니다. OSPF와 IS-IS가 여기에 속합니다.
클래스풀은 마스크를 보내지 못한다
클래스풀 라우팅 프로토콜은 서브넷 마스크 개념이 없던 시절에 개발되었습니다. RIP1, IGRP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라우팅 정보를 보낼 때 마스크 정보를 보내지 못합니다. 요즘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클래스리스 라우팅 프로토콜은 서브넷 마스크 정보까지 포함해 광고합니다. 요즘 사용되는 모든 라우팅 프로토콜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 구분이 가장 잘 드러나는 예가 RIP의 버전 차이입니다. v1은 클래스풀로 동작하고 브로드캐스트로 동작하며, v1과 v2를 모두 수신하지만 v1만 송신합니다. v2는 클래스리스로 동작하고 멀티캐스트로 동작하며, v2만 송수신합니다.
AS 안이면 IGP, AS 사이면 EGP
동일 조직에 의해 라우팅 정책이 관리되는 네트워크를 AS(Autonomous System, 자율 시스템)라고 합니다. 동일 AS 내부에서 사용되는 라우팅 프로토콜이 IGP이고, AS 간에 사용되는 라우팅 프로토콜이 EGP입니다.
경로 결정에는 세 개의 기준이 순서대로 적용된다
여러 개의 라우팅 프로토콜이 설정된 라우터에서는 다음 순서로 경로를 결정합니다.
- 동일 라우팅 프로토콜 내에서 메트릭이 가장 낮은 것
- 여러 프로토콜 중 AD 값이 가장 낮은 것
- 라우팅 테이블에 있는 정보 중 서브넷 마스크 길이가 가장 길게 일치하는 것
메트릭은 라우팅 프로토콜 내에서 최적 경로를 선택하는 기준이며, 프로토콜마다 다릅니다. RIP는 홉 카운트를, EIGRP는 속도·지연·신뢰도·부하·MTU를 사용한 복합 메트릭을, OSPF는 코스트(속도)를, BGP는 속성(attribute)을 사용합니다.
AD(Administrative Distance, 관리 거리)는 동일 라우터 내에서 여러 라우팅 프로토콜이 작동할 때의 최적 경로 결정 기준입니다. 가장 AD 값이 낮은 라우팅 프로토콜의 경로가 라우팅 테이블에 설치됩니다.
| 경로 종류 | AD |
|---|---|
| 직접 연결 | 0 |
| 로컬 인터페이스를 사용한 정적 경로 | 0 |
| 넥스트 홉 IP를 사용한 정적 경로 | 1 |
| 내부 EIGRP | 90 |
| OSPF | 110 |
| RIP | 120 |
| 외부 EIGRP | 170 |
이렇게 선택된 경로가 저장되는 곳이 라우팅 테이블입니다. 라우팅 테이블에는 목적지 네트워크별 출력 인터페이스와 넥스트 홉 IP 주소가 저장됩니다.
마지막 기준인 롱기스트 매치(Longest Match) 룰은 패킷의 목적지 주소와 라우팅 테이블의 목적지 주소가 일치하는 부분이 가장 긴 곳으로 전송하는 규칙입니다.
네트워크 종류가 라우팅 동작을 좌우한다
라우팅 프로토콜의 동작 방식은 어떤 종류의 네트워크 위에 올라타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브로드캐스트 멀티액세스 네트워크(MBA)는 하나의 브로드캐스트 패킷을 전송하면 모든 네트워크 장비에게 도달하고(브로드캐스트), 하나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다수의 장비가 연결되는(멀티액세스) 네트워크입니다. 이더넷이 대표적입니다.
NBMA 네트워크는 브로드캐스트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멀티액세스 네트워크입니다. 프레임 릴레이, ATM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포인트 투 포인트 네트워크는 하나의 인터페이스 또는 서브 인터페이스와 연결되는 상대 장비가 하나뿐인 네트워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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